스위스 체르마트 여행 마테호른 하이킹 후기 (+로텐보덴 ~ 리펠베르그)

 

이번 포스팅은 스위스 여행으로 체르마트에서 하이킹을 했던 이야기이다. 로텐보덴역에서 리펠베르그역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하는 이 코스는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걷는 내내 대자연에 경외감이 들었기에 내 자신이 지구에서 정말 작은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발 3,000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마테호른을 조망한 후 로텐보덴 역으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산악열차는 가격이 상당히 비싼편이나(한화로 약 10만원) 스위스패스가 있다면 50% 할인이 가능하다. 융프라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체르마트는 스위스여행 필수코스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로텐보덴역에서 하차했다. 산악열차는 고르너그라트 - 로텐보덴 - 리펠베르그 - 리펠알프 - 체르마트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로텐보덴~리펠베르그 하이킹 코스의 총 길이는 3km이며,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초급 난이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걸으면서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마테호른이 리펠제 호수에 비추어진 사진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로텐보덴역에서 내린 후 조금만 우측으로 걸어가면 마테호른을 배경으로 한 점프샷 명소를 찾을 수 있다. 8박9일간의 스위스여행 중 베스트 사진 중 하나로 손꼽힐만한 사진이다.

 

인터라켄 백패커스 호스텔에서 만났었던 친구가 추천해줬던 장소인데, 확실히 먼저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추천하는 장소는 믿을만한 것 같다.

 

 

리펠제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 반영사진의 모습이다. 자연경관의 끝판왕이라고 불리우는 스위스에서 반영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도 중요하지만, 해가 중천에 뜨기 전인 오전에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체르마트 마을을 둘러보냐고 고르너그라트에 점심 이후에 올랐더니 위와 같은 아쉬운 반영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당시 스위스의 10월은 이미 푸르른 녹음이 한참 지난 계절이었다. 그래서인지 하이킹을 하면서 마치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걷기 좋게 다듬어진 길 위로는 기괴한 암석들이 흩어져 있었고 광활한 대지의 배경으로는 드높은 설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대자연 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한점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작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매 순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아둥바둥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이렇게 넓은 세상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획일화 된 삶을 살아가도록 교육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경쟁하며 '공부'라는 일관적인 길로 향했고, 그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문과/이과 그외 예체능이다. 위의 갈림길 중 어느 곳을 선택하더라도 정답은 상위권 대학으로 향해야 한다. 왜 이렇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품을새도 없이, 마치 기업의 취업을 위한 공장 속의 부품같은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매 순간 겪었던 공정하다고 느꼈던 경쟁은 사실 부모의 경제력과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는, 상당히 불합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력의 차이에 의한 합리적인 결과라고 착각하고 도태를 받아들인다.

 

 

좋은 대학에만 가면, 좋은 회사에만 가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신기루를 바라보면서 살아온 치열한 경쟁의 삶은 막상 취업을 하고 나서도 이어진다. 수많은 회의자리와 술자리에서는 상식선의 목표가 아닌 '의지'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 구체적인 대책이나 개선책을 제시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라는 것이 아니라 까라면 까야하는 흔히 말하는 쌍팔년도 문화가 다름아닌 현재의 모습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스마트폰을 쓰는 이 시대에 7~80년대 고도 성장했던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영업직의 경우 할당된 목표보다는 개개인의 의지목표가 중요하고, 관리직의 경우 퇴근 전 얼마나 엉덩이가 무거운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조금 사그라들었으나 술자리에서 마시는 술의 양으로 충성심을 확인하기도 한다. 삼국지 도원결의에서나 나올법한 결의행위를 21세기에 들어서도 건배사와 잔을 돌리면서 반복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한 수면시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만약 건강이 악화되거나 경쟁에 밀리게 되어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너무도 허무하게 금세 잊히고 만다. 운이 좋아 경쟁에 살아남는다면, 제때 진급이 되어 부장 그리고 임원이 된다면, 같은 소리를 몇시간 씩 혼자 떠들어댄 뒤 비장한 표정으로 잔을 돌리면서 '의지를 보여라' 하는 자리에 앉게 될 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의 주인인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착각속에 빠져 되레 주인이 되어야 할 본인의 삶은 뒷전인 채로 살아간다. 가족들과 멀어진채로 평일에는 접대, 주말에는 골프로 회사에 올인한 뒤 사장의 자리까지 오른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채로 은퇴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참아가며 살아가지만 막상 그 미래의 행복은 뜬구름과 같다. 행복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한번 사는 인생에서 좀 더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경제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 생활이 필수불가결하므로 직장에서의 성실한 근태는 기본이다. 노후를 걱정하지 않을만큼의 패시브 인컴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이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으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노력하는 만큼 남들도 죽기살기로 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주52시간의 정착으로 인해 예전보다 워라밸로 여유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단 떠오르는 생각이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에 감정이입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무엇이든지 행동으로 옮겨보려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틀에 박힌 일과에서 벗어나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계획하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각본없는 드라마가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게 되는데, 그 주인공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올인하지 않고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마인드가 바로 90년대생의 마인드인가? 어차피 회사에 올인해봤자 근로소득만으로는 아파트 한채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별다른 도전 없이 반복적인 회사일에만 파묻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70대인 나훈아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한번 가봐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몇십년 후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매일매일 같은 일의 반복은 순식간이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은 하루하루의 기억 그 자체인 것이다.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지양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내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세월이 흘러가는대로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안될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부딪혀보는 도전적인 삶의 자세를 함양한다면 현재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10년전 오늘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듯이 말이다.

 

 

체르마트의 로텐보덴~리펠베르그 하이킹 코스는 오묘한 흙색깔과 더불어 돌멩이들로 가득했다. 먼 훗날 화성에 가게 된다면 이런 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면서 여유롭게 한시간 좀 넘게 걸으니 리펠베르그 역이 눈앞에 보였다. 길이 조금 헤깔린다 싶으면 기찻길을 향해 걸어가면 될 듯 하다.

 

 

체르마트에서는 인터라켄과 마찬가지로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데, 이 곳 리펠베르그 역 근처에서 가능하다. 가격은 인터라켄에 비해 1.5배 가량 비싸다고 들었다. 

 

 

리펠베르그(Riffelberg) 역 앞에는 마치 플란더스의 개에 나올법한 큰 개가 서있어 이목을 끌었다. 이곳만해도 높이가 2,582m의 고지대였다. 기차를 좀 기다려야 해서 앉아서 쉬고싶었으나 이미 의자는 만석이었다.

 

 

체르마트는 하이킹보다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슬로프의 길이가 무려 17k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키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알프스를 바라보면서 스키를 탈 수 있는데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까지 이어진다. 사진에서와 같이 급격한 경사로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무서워보이는데, 실제로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하다.

 

 

스위스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곳 체르마트의 하이킹 코스를 꼭 넣어보길 바란다.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들면서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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