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대학생때, 입사 후에 이어 네 번째로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당시에는 내용보다는 단순히 하루키 특유의 분위기와 문체 그리고 처음으로 접했던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 끌렸던 것 같다. 이전과 달리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확실히 나이를 먹었다고 느꼈다. 특히 나오코와 미도리, 레이코에 대한 와타나베의 한마디 한마디가 구구절절 와닿았다. 마음이 아프다는 감정 그리고 그것을 평생 품고 산다는 것, 상처라는것은 진작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부딪혀야 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며 회피해온 감정의 결과물인 것 같다. 미도리와 와타나베가 주고받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표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소설로써 일종의 회고록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과 '마라톤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데, 마치 그의 일기장 속을 들춰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나는 물론 대단한 마라톤 주자는 아니다. 나는 물론 대단한 마라톤 주자는 아니다. 주자로서는 극히 평범함(오히려 그저 평범한 주자라고 할만한)그런 수준이다. 그러나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가는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처럼,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초의 연작소설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여섯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약간은 아리송한 이 책의 제목은 여섯 가지 단편 중의 한 가지 이야기이며 이러한 작명은 하루키 특유의 소설 이름 붙이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뛰어난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여러 대목과 각도에서 감상하게 하여 독자의 다의적인 해석과 감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고베 대지진'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지진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진 그 자체보다는, 돌연 한 순간에 닥치는 재앙으로 인한 충격과 상실감들이 개개인에게 어떻게 내면화되고 극복될 수 있는 지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종전의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3인칭 시점의 소설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