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무라카미 하루키 (feat : 완벽의 존재는 실존하는가?)
- 일상/책 서평
- 2019. 9. 23.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초의 연작소설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여섯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약간은 아리송한 이 책의 제목은 여섯 가지 단편 중의 한 가지 이야기이며 이러한 작명은 하루키 특유의 소설 이름 붙이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뛰어난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여러 대목과 각도에서 감상하게 하여 독자의 다의적인 해석과 감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고베 대지진'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지진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나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진 그 자체보다는, 돌연 한 순간에 닥치는 재앙으로 인한 충격과 상실감들이 개개인에게 어떻게 내면화되고 극복될 수 있는 지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종전의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3인칭 시점의 소설 형식을 취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여섯 가지 이야기의 색깔과 느낌이 달랐고 그래서인지 쉴 새 없이 한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권두에 인용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과 장 뤽 고달의 미치광이 피에로의 구절이 의아했다. 엄청난 사건들을 지극히 단순화 된 상태로 묘사하였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러한 아픔 속에서도 새롭게 한발자국 씩 내딛는 희망을 강조한 글귀가 아닐까 싶다.
피하고 싶고 잊고 싶은 아픔 그리고 그로 인한 슬픔과 좌절감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이러한 두려움을 어설프게 무마하여 평생의 짐으로 지고 살아가기보다 순간순간 용기를 나어 내 자신과 부딪혀서 이기도록 노력하라고 말이다.
이 책뿐 아니라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항상 결핍의 존재가 등장하며 그와 동시에 완벽한 인간성을 가진 인도자 역할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완벽의 존재를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나 자신이 '텅텅 비어있어요'라고 말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나의 삶이 불행한 것일까? 아니면 누구나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내 자신은 과연 다른 이에게 인도자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가치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여러 번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가지듯이 이 책도 수년 내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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