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 윤태호 (feat : 신중과 소심 그 애매한 경계에 대하여)

TVN에서 방영한 명작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접한 후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웹툰 '미생'을 읽어보았다. 총 9편가량 되는 이 책은 무려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사회생활 초년생으로서 주인공이 겪은 일들이 많은 공감이 되었고, 6시간 동안 빠져들듯이 9권을 읽었다. 숨 막히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10분간 긴 여운을 곱씹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 전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제야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가슴이 세게 뛰었다.

 

신중과 소심 그 애매한 경계
조훈현은 탐색한다. 전쟁은 힘들다. 상대의 세력이 강하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그러나 신중이 지나치면 '소심'이 되는 법. 그게 항시 두렵다. 허나 어디까지가 신중이고 어디까지가 소심인가.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하면 신중이 되고 실패하면 소심이 될 뿐이다.

 

과연 신중과 소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소심하게 행동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항상 대범하게 행동해야 하는것일까? 대게 우리나라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는 대범하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인재를 추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학창시절 내내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고 암기하여 시험을 보아온 수년간의 태도가 쉽게 변할리 만무하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더불어 활발한 회의 분위기는 업종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수동적인 태도는 현재의 20대보다 그 윗세대에 더욱 고착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애플과 같은 혁신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일본이나 미국같은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일류기업 반열에 든 기업이 몇몇 있으나 아직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다수 나오지 않는 것은 이러한 한계를 반영한다.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네릭 약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구조와 더불어 좀 더 과감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능해야 할 듯 하다.

 

나도 당신과 같습니다.
우리 팀 오늘 한 건 했다. 결국 합의했다고. 선물을 주거나 윽박지르거나 힘겨루기를 해서 얻은 게 아냐. 상대도 나만큼의 머리가 있는 거고, 두려움이 있는 거고, 욕심이 있고 의심이 있지. 그걸 하나하나 풀어내는 거야. 나도 당신과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툭 열고 대화하면 언젠가 서로 맞닿는 지점이 생기게 되는 거지.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사람을 대면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힘이 드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조금의 이익이라도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타협점에 가장 빠르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나의 이익을 지키기보다는 매번 지는 것이 지름길일 수 있다. 한걸음 양보할 줄 아는 태도는 비단 회사 생활에서 영업을 할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덕목일 수 있다. 

 

하지만 지는 것은 말이야 쉽지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그렇기에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라왔는지, 부모님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조금이나마 손해를 보면서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항상 머릿속에 담고 살아야 겠다.

 

길게 늘어뜨린 요철같은 하루
아직 신입이어서 그런지 이런게 일상이다 싶은 한가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에게 하루하루는 요철가티만 크게 보면 요철이 한줄로 보이듯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것이 일상일까? 그런 일상을 견뎌내고 나면 저런 표정을 짓게되는 것일까?

 

신입사원이 겪는 감정은 업종을 막론하고 대게 어느곳에서나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와중에 물흐르듯 적응하여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에이스도 있겠으나, 내 주위만 돌아보더라도 대다수는 이러한 혼란을 겪곤 한다. 이 책에서는 무역회사를 배경으로 팀의 특성 상 매번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신입사원으로써 활력이 넘치거나 박진감 넘치는 삶을 표현하지 않는다.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일본의 영향일까, 유교 문화의 영향일까?

 

서로 독려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다함께 나아가기보다는, 마치 군대처럼 계급과 권력으로 짓누르는 조직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잇을지 모르겠다. 소수에 집중된 과도한 권력으로 인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본인 몫을 오전에 채우지 못하면 점심을 거르는것이 당연한 문화는, 개별적으로 일을 하고 그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상을 받는 구조에서 한팀으로 행동하며 희생하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태도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꼈을 때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져 또 다른 후회를 만들지 말자. 넘어졌을 때 상처를 보며 속상해하거나 울고 있는것은 어떠한 해결도 될 수 없다. 약을 찾든지 견디고 벌떡 일어서든지 할 일이다.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며 원치 않게 후회를 하는 편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자괴감에 빠져 있지는 않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속상해하면서 울기보다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였고, 그러한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밑거름으로 작용하여 지금까지 이어온 것 같다. 그러나 요즘 들어 내가 부딪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이전과 달리 내가 느끼는 문제가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훗날 돌이켜보면 나이가 들었어도 분명 사소한 걱정일것임에 틀림없다. 영화 '역린'에서 나왔듯이 작은 일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쓸데없는 고민에 축 쳐지기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보면 분명 웃으면서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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