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겨울 한라산 등반 윗세오름 가는 길 (feat: 눈보라치던 어느날)
- 국내 여행/한국_제주도
- 2020. 3. 24.
이번 포스팅은 제주도 겨울 한라산에 등반했던 이야기이다. 새벽5시에 일어나서 준비했고 한림에서 제주시까지 이동 후 다시 한라산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일찍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림에서의 버스 배차간격이 일정치 않았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2분 차이로 세이프하여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40번 버스를 8시에 타고 영실코스로 이동했다. (대략 50분 소요)
성수기인 겨울에 한라산 등반 예정이라면 굳이 다른 지역에 묶지 않고 한라산 근처에 숙소를 잡는것이 현명한 것 같다. 제주도 여행 일정이 짧아서 한라산을 포함하여 최대한 많은 지역을 둘러보고자 하였으나, 등산 전날에는 될 수 있으면 가까운곳에 숙소를 잡는것을 추천한다.
당시 겨울 한라산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앞에 보이는 관광버스가 눈에 미끄러진 상황을 맞이했다. 3~40분동안이나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내심 수도없이 고민했다. 한라산을 올라야될지 말아야 될지 말이다. 일전에 제주도 자전거일주때 한라산 등산을 포기한 이력이 있어 이번에 무조건 오르기로 결정했다.
일단 영실코스로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린 후 1km정도 내려서 걸어갔는데 정말 눈발이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있어서 마치 블리자드의 눈폭풍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겨울의 눈이 없는 한라산도 볼품 없다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와도 문제이다. 등산복과 스틱 그리고 등산화에 아이젠까지 하고 와서 망정이지 제대로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시작조차 못했을 뻔 했다.
차를 세워둔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정도로 눈이 쌓인거 실화?ㄷㄷ
폭설이라 등산을 포기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눈이 많이와서 금세 쌓여서인지 걸어가는 길에 발자국 하나 없었다. 게다가 혼자여서 처음 출발할 땐 좋았지만 점차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여러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눈보라치는 중간지점 부터는 5M 앞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바로 옆은 낭떠러지고 주위에 사람은 없고.. 오감으로 느낄수 있는 것은 카메라와 가방사이의 삐걱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이러다 나 하나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힘든 상황이었으나 dslr을 들고 갔으니 아름다운 설경을 찍는 것을 빼먹을 순 없다. 기록적으로 눈이 많이 왔던 날로 기억하는데 덕분에 몇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설경을 눈에 담게 되었다.
마치 저승사자같았던 까마귀..
한라산을 대략 3~4시간 정도 오르는 동안 추위도 추위였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고 발자국조차 없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래도 오르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위쪽으로 걸어갔고, 한시간정도 걸으니 발자국과 단체 여행객의 뒷모습을 쫓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이 쌓인 눈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걸을때마다 땅속이 푹푹 꺼지는데 생각보다 힘들기도 했다. 사진기 들고 다니느라 고생했지만 역시 남는건 사진뿐이다.
지속적으로 눈보라가 쳐서 시야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 눈이 그친 다음날 이 코스로 다시 한번 한라산을 올랐다면 겨울왕국의 설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ㅎㅎ
이렇게 시야가 흐려서 발 한번 미끄러지면 천길 낭떠러지행..
드디어 휴게소에 도착했다. '사람'이 이토록 간절하게 다가올줄이야ㅎㅎ 잠시 몸을 녹일 수 있었고 내 생애 가장 맛있었던 컵라면도 먹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돈내코는 포기하고 윗세오름까지만 올라가기로 했다. 고가의 등산장비가 왜 필요한지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다. 등산복은 가볍고 방수도 되어 추위를 느끼지 않게 해주고 체중을 분산시켜주는 스틱도 생각보다 큰 도움을 준다.
올라가는 도중에 눈보라가 치는데 어찌나 뺨이 따갑던지, 1초마다 수십대의 뺨따구를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차갑기까지해서 차갑고 매운 싸다구를 맞는 기분이었다. 하산할때는 땀이 나지 않아 너무 추워서 거의 뛰어내려왔다. 눈이 쌓인 길은 거의 미끄럼틀 타듯이 날아서 왔던 것 같다. 올라갈때는 대략 3~4시간 걸렸는데 내려올때는 1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정말 살기위해 내려왔던..ㅋㅋㅋ
평지에 발을 내디니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힘들었던 만큼 더욱 기억이 남는 것 같다ㅎㅎ 다음에 한라산 올라갈때는 날씨가 좋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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