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 대학의 학력저하 문제와 교양교육 문제에 관하여 일본 내에서 기고하거나 강연한 내용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수평적이고 획일적인 교육방침을 강조하는 문부성(교육청)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교육으로 인해 일본인들은 독립심과 창조성이 결여되었으며 집단행동의식이 초래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 더욱 더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날무렵 미국이 간파한 일본의 교육체계의 문제점
1) 일본의 교육제도는 전제정치의 정신적 지주이며 국가의 목적에 봉사하는 것이다.
2) 대학입시제도는 기업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지닌 엘리트들을 선발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3) 사상통제에 의해 개인의 자발성은 억제되어 있다. '교사의 말을 어느 정도나 그대로 암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평가의 지표가 되어있다.
이처럼 일본의 교육은 세계 최고의 중앙집권적인 교육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정책과 행정의 중추에 문부성이 있어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전쟁이 끝나고 미군의 군정이 시작되자 문부성은 사실상 해체되어 그 권력을 잃었지만, 군정이 끝나자 다시 문부성을 중심으로 국가의 교육 통제가 재개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교육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양과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한 과목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인문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의 지식을 폭 넓게 아우르는 제너럴리스트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라고 주장한다. 이과출신의 기술자가 취직을 하더라도 경영에 대해, 영업에 대해, 정치나 사회의 동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결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없다. 물론 문과 출신도 기술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을 시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하는 교육이 잘 되어있는 국가는 미국이며, 미국의 국력의 원천이 바로 이러한 교육에 있다고 한다.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덕목
'대학은 교수가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학생은 그것을 외우는 곳이 아니다. 대학생이 반드시 몸에 갖추어야 하는 것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교수가 가르친다는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학생들은 그 몇배나 되는 지식을 스스로 습득해야 한다.' - p124
이 말을 전해들은 도쿄대의 몇몇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주입식 교육에 순응하며 살아온 학생들에게 이는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들어와서 처음 접한 논술시험의 형태는 수시를 준비하지 않은 나에게는 더욱 익숙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논술시험이지만, 결국 주입식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다 받아 적어 외운 후 그대로 적어내곤 했다.
분명 이는 옳지 않은 방법이지만 교수님의 말이나 교과서 본문에 나온 내용을 달달 외워서 써 내는 것이 좋은 학점을 받는 빠른 지름길 이라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학생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러한 풍토를 만든 교수들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전 없는 수업자료, 변형없이 반복되는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수들도 이러한 문제를 공감하고 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만큼 많이 닮아있는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식민지교육으로부터 전해진 나쁜 관습들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이 쓰여진 2002년 당시 일본의 대학진학률이 45%를 넘어간다고 걱정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가 넘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두발제한/야간자율학습이 존재하는 나라는 한 손가락안에 꼽을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미 좀 늦은감이 있지만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음 하는 바램이다.
|
'일상 > 책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은 없다 - 다이애너 기틴스 (feat : 드라마 부부의 세계 현실 도래는 30년 후?) (6) | 2020.04.28 |
---|---|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feat : 봄날의 벨벳의 곰) (20) | 2020.04.13 |
원씽(The Onething) - 게리 캘러 (feat : 개미들도 늘 바쁘지 않은가?) (13) | 2020.04.07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feat : 가난에 대한 편견과 인식전환의 필요성) (12) | 2020.03.31 |
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feat : '문화 상대주의'는 상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 (13) | 2020.03.22 |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 - 도쓰카 다카마사 (feat : 월요병은 전세계에 실존한다) (28) | 2020.03.19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feat : 내가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 (2) | 2019.12.14 |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feat : 사랑을 준다는 것은 잠재력의 최고 표현이다) (8) | 201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