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없다 - 다이애너 기틴스 (feat : 드라마 부부의 세계 현실 도래는 30년 후?)

가족은 없다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목을 끄는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개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가족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사람들은 왜 결혼하며 자녀를 갖는지, 현재 가족은 위기에 직면해 있는것인지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에게 친숙한 '가족' 이라는 관념은 사실 여러가지 범주 중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다.

 

한가지 유형의 가족은 것은 없다, 오로지 가족들(Families)이 있을 뿐이다. - 22p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이러한 자료를 검토할수록 다양한 가족의 존재는 명백해진다. 문제는 역사의 특정 시점에서 한 가지 유형의 가족만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가족을 항상 단수로만 인식하고 가족을 개념화하려는 데 있다. 가족과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 가족들이 있을 뿐이다

 

저자는 개인들이 서로 사랑하고 상호작용하는 방법으로 단 한 가지의 올바른 방식만이 있다는 믿음을 버리자고 주장한다. '가족 이데올로기'는 현존하는 사회/경제/정치/젠더 체계를 결합시키고 입법화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데올로기에 도전함으로써 현존하는 경제적/정치적/가부장적 체계의 정당성에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이데올로기'가 없었다면 근대의 산업 사회와 정치 체계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하지만 그 말이 내게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어서일지,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작가의 의견이 녹아있어서인지, 현재와는 다른 가족의 모습이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여성이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것은 보편적 현상이나 본능에 따라서 그렇게 한다는 주장은 오류이다 - 104p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밴 여성을 그들의 자연적 본성을 진실로 추종한 것으로보아 환호하여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여자, 품행이 나쁜 여자, 매춘부 등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여성이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다. 그러나 여성이 본능에 따라서 그렇게 한다는 주장은 오류이다. 언제나 여성이 아이를 기른다는 관념 또한 그러하다. 출생의 그 순간부터 어머니는 사회적 구성원인 것이다.

 

어머니로써 애를 낳고 기르는것은 본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는 사회적인 약속에 가까울 수도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책임과 도리를 다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가 되어서야 임신은 환영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류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맞게 살아가야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따를지 말지는 개개인의 선택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것이 아니라 한번뿐인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 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개인들의 집합체이기에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인 형태로 볼수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을 만들기 강요할 뿐 아니라 그 형태에 있어서도 단 하나의 정답지만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사회에서는 동거가 보편화되어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지 않음에도 법적으로 혼인의 형태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결혼 후 이혼 내지 재혼의 결과로 자녀들이 계부모와 의붓 형제자매, 재혼 후 출산한 반형제자매와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적으로 선진국인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말이다.

 


 

부부의세계 등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새로운 가족관계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혼률은 1,000명 당 2.2건으로 OECD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혼률은 OECD 국가 중 30개국 중 9위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 비해 결혼은 아직까지도 미혼 남녀간의 '사랑', '로맨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있는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연인들이 사귀고 헤어지는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듯 결혼 또한 비슷하게 바라볼 날이 우리나라에 도래할 수 있을까? 과거와 달리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결혼 후 최소 5~60년은 함께 살텐데.. 낳아놓은 자식 때문에 맞지도 않는 사람과 몇십년간 성생활도 없이 희생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 같다. 아이들의 상처를 덜기 위해서라도 이혼에 있어 편협적인 사회적인 시선이 하루빨리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국가별 페미니즘 열풍 시기를 돌아봤을 때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30년, 일본보다 10년가량 뒤쳐져있다. 선비들의 나라인 한국 사회에서 돌싱/재혼 뿐 아니라 동성관계의 가족 구성원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회의 도래는 최소 30년은 걸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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